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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양떼다 - 마크수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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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9 10:54:27

투자자는 양떼다. 몰려다닌다. 무슨 얘기냐고 묻는다면 투자 유치를 시도해본 적이 없거나 아직 투자자들의 양상을 잘 모르는 것일수도 있다. 한 번의 ‘예스'만 받으면 된다. 물론 그 한 번의 ‘예스'를 위해 열 댓번의 거절을 당하게 될 것이다.

 

엔젤인베스터든, 벤처캐피털이든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군중심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치 몰려다니는 양떼와도 같다. “A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받는다구요?, B가 엔젤 투자자로 참여한다구요?(서두르며)그럼 저희도 5억원 참여하겠습니다. 아 아, 그냥 10억원으로 할께요. 더 크게 들어갈 수도 있을거 같은데 잠깐만 기다려보시겠어요? 저희 펀드 출자자(LP)와 통화 좀 먼저 하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필자가 혐오해 마지않는 장면이다. 마치 업계에서 가장 똑똑하다고 소문난 어느 한 사람에게 어려운 결정을 모두 미루고, 그 사람이 움직이는대로 따라가려는 것 같다. 투자받고 싶은 창업자 입장에서도 미칠 노릇이다. 가장 똑똑한 ‘그 놈’을 찾아내서 투자받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웃고 넘기자고 이런 얘길 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투자 유치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셀 수 없이 많이 거절 당하는 것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창업자로서 중요한 것은 이처럼 여러번 거절 당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면서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목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을 만나서 거절 당하는 과정에서 흡수할 만한 조언이 있다면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다면 빨리 잊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정신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자신만만하던 창업가라도 막상 투자를 거절당하면 실망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나?’, ‘뭐가 문제지?’라는 식으로 자신(혹은 자신의 회사)에게 잘못을 돌린다. 하지만 투자자가 거절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펀드가 투자하고 싶은 단계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비슷한 모델의 스타트업에 이미 투자하고 있어서 중복 투자 우려가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단순히 담당 파트너가 다른 일로 바빠서 답이 없는 것일수도 있다.

창업가들에게 필자가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수 많은 거절을 당하더라도 결국 한 번의 ‘예스(Yes)’만 받으면 된다.(3개 대학에 지망했다고 해서 3개 모두 합격을 받아야 하나? 결국 제일 가고 싶은 대학 한 곳의 합격 여부가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타사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뉴스만 봐도 마음이 시리다. ‘A사가 유수의 벤처캐피털 B와 C로부터 총 5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았다’는 식의 짧은 기사 한 줄이 마음을 후벼판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투자자들이 유독 우리 회사에만 가혹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남들에겐 왜 이렇게 쉽단 말인가!

하지만 결과만 보고 있어서 그렇다. A가 B, C로부터 ‘예스’라는 답을 받아내고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 복잡한 텀시트 작성과 양측의 의견 조율, 기존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 공동 창업자간 의견 조율 등을 거친 것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이런 힘든 과정은 생략한 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결과만 기사에선 보여질 뿐이니 일희일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한 번의 ‘예스’만 받아내면 투자유치는 성공한 것이다.

필자의 치기어린 시절을 예로 들어보겠다. 필자가 20대 때(90년대 중반) 프랑스에 거주한 적이 있다. 필자와 친구들은 클럽에서 술 마시면서 춤추는 것을 즐겼다. 짐작하다시피 남자들끼리 클럽에서 노는 것이 늘 재밌지만은 않았다. “가끔” 여성들에게 말을 걸고 춤추자고 할 때도 있었다. 한 두번 거절 당하면 그날은 더 이상 용기가 나지 않았다. 투덜대며 남자들끼리 몰려앉아 술이나 마셨다.

그런데 친구 중 한 명은 거의 매번 혼자만 여성들과 춤을 추고 얘기를 나눴다.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받는 것이 아닌가! 의기소침해진 필자를 포함한 나머지들은 왜 이 친구만 유독 ‘성공률’이 높은지 의아해했다. 우리가 판단하기엔 이 친구가 특별히 외모든, 유머감각이든 뛰어나진 않았다.(믿어라. 사실이다.) 하루는 이 친구에게 비결이 있는지 직접 물어봤다.

“너와 내 차이는 거절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있는 것 같은데? 15명한테 같이 춤추겠냐고 물어보면 한 명 정도가 수락하지. 나는 마지막 한 명의 수락을 받아낼때까지 15명한테 물어보고 거절 당할 동안 너는 한 두번 거절 당하면 의기소침해져서 포기하잖아. 난 거절 당하더라도 ‘내가 남자로서 매력적이지 않은가?’라는 쓸데없는 고민은 하지 않아. 그 여자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가보지 뭐. 그리고 다른 여성한테 말을 걸어.”

지나치게 사적이고 부끄러운 일례이기는 하지만,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클럽에서 이성에게 거절 당하는 것만큼 투자 유치 과정에서 거절 당하는 것도 비슷하다는 얘기다. ‘나는 매력이 없는 남자인가?’라는 답 없는 고민을 할 시간에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인 것처럼,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자책하느라 시간을 쓰지 말라는 얘기다. ‘내가 저 사람 타입이 아닌가보지’라는 것처럼 당신의 회사가 여러 이유로 그 펀드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다른 투자자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팀 사이즈를 줄이거나, 카드 대출을 받거나, 가족한테 손을 벌리는 등 버티기 위한 여러 방법을 써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시간 문제다. 결국 한 번의 ‘예스’는 찾아온다. 그리고 한 번의 ‘예스’를 받게 되면 두 개, 세 개의 벤처캐피털이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누구의 돈을 받을지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양떼다. 몰려다닌다. 앞선 양 한 마리를 쫓아가는 무리처럼 말이다. 한 투자자가 관심을 보인다면 다른 투자자들이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도 투자 유치를 거절 당하던 시절이 있다. 당신의 회사만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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